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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프로젝트(독서)

구마겐고, 나의 모든 일(구마겐고 시리즈 첫번째)

 나의 모든일, 구마겐고

계기

나는 구마겐고라는 이름을 인스타에서 처음 접했다. 탄파쿠나(Tanpakuna) 라는 페이지에서 일본 건축을 소개하는 글이 자주 올라오는데 게시물의 많은 비중을 구마겐고가 차지하고 있엇다. 그러나 구마가 누군지 모를뿐더러 그의 건축을 접할 기회도 없었다.
 
‘나의 모든일’은 이런 내가 구마겐고의 건축에 다가갈수 있었던 계기이고 그의 생각을 탐미하는 모든 시간이 꽤나 즐거웠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주제

삼륜차, 이 책의 모든 내용은 구마겐고의 삼륜차를 이야기 한다. 삼륜차란 비슷한 속도로 꾸준히 달리고 있는 구마겐고의 주법이고, 비밀이자 즐거움이다. 그는 건축인으로서 그리고 그가 살아온 시대적으로 흔들리고 위험할수도 있는 시간들을 삼륜차를 통해 안정적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개인적 키포인트

 책의 서술방식은 내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매 작품과 그때마다 메모해 둔 문장을 병렬적으로 배열하는 다각적이고 평면적인 정리 방식을 시도하며 글이 진행되는데 글 전체를 통합적으로 정리 못하는 난독인 내가 글을 효과적으로 읽을수 있게 해준다. 또한 그의 글은 병력적 배열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모든 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로 읽히는데, 오랜만에 보는 읽기 편하고 좋은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전개방식은 구마의 생각을 듣고 프로그램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옅볼수 있는 글이 먼저 등장하고 그 이후 개별적인 프로젝트들이 나열되어 사진과 그림, 짧은 설명들이 언급된다. 이로인해 나 개인적으로는 각 에피소드들의 건축물을 상상하고 그 이후 실제 건축물을 세세히 보게되어 더 흥미로울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생각과 실현의 차이, 그 사이에서의 짜릿함이 있었다.
 
 

흐름

책은 구마의 건축인생을 1기에서 4기까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제1기- 직접 사무실을 시작한, 버블경제가 절정을 이루었던 1986년부터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도쿄의 모든 일이 취소된 1991년까지
 
-제2기- 일이없어 지방을 다니면서 현지의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을 깨달을 때,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잃어버린 10년)
 
-제3기- 국립경기장 설계가 시작된 시기(지명도 향상)
 
-제4기- 그 이후 계속해서 달리는 시기
 
 1기부터 4기까지의 그가 마주친 시기들은 다이나믹한 일본의 그때의 시대상을 반영하며 일본보다 약 20년이 느리게 따라가고 있다는 대한민국의 시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 했다. 구마가 과거에 마주쳤던 시대를 우리도 현재 맞이하고 있고, 그가 하고 있는 고민들이 우리들에게 앞으로의 질문이 되어 생각하게 만든다.
 

일본의 버블경제의 붕괴

 

인상적 생각들

 

남루함

구마는 고민을 했다. 모더니즘의 고지식함에도 짜증이 났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장식에도 익숙해질 수 없었다고 그는 이야기 한다. 그의 생각을 이 문장을 통해 옅볼수 있다.
 
“르꼬르뷔지에나 미스 반데어로에는 전 세계적인 대량생산과 가장 궁합이 좋은 콘크리트, 철, 유리라는 소재, 그 3색의 그림물감만을 이용해서 어떻게 인상적인 ‘사진’을 창조할 것인가에만 전념했다. 그것은 규격화를 통한 대량생산을 지상의 목적으로 삼은 20세기 공업화의 가장 적합한 해답이었고 그 덕분에 두 사람은 ‘거장’ 이 되었다.”
 
 기존의 거장들의 디자인 철학에 회의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는 ‘남루함’ 이라는 자신만의 건축언어를 정립한다. 남루함이란 썩는 것이다. 무리가 없는 반기하학,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는 ‘남루한 기하학’으로 자신의 건축물을 구성한다.
 
 자신만의 건축언어라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건축을 하다보면 건축의 정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납득되지 않는 정의뿐일땐 결국 찾아나서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요즘 몰입되어있는 생각은 ‘양식’이다. 건축양식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뭔가 있어보이는 핑계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잦다. 구마는 이러한 고민에서 결국 자신의 것을 찾아냈고, 그것을 건축에 적용하고 있다. 그게 참 멋있다. 그게 건축의 멋있는 점이다.
 

 소경목

구마는 건축의 소거에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경계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나아갔다고 나는 이해했다. ‘미스 반데 로에’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보면 내외부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려는 시도를 볼 수 있다. 구마도 경계를 열어주고 싶어했고 거대한 덩어리를 없애고 패턴을 적용한 외피를 사용한 것을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다.

기로산전망대(건축의 소거)

 
구마는 소경목을 활용하여 자신의 건축양식을 표현하였다. 책에 나오는 글 하나를 소개하겠다
 
“소경목으로 건축물을 짓는 시스템은 단순히 섬세한 공간을 창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숲의 자원을 유지하는 데에도 매우 우수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다. 일본의 삼림 비율이 선진국 중에서도 매우 높고 중국 등 다른 아시아 제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이유는 이 소경목 시스템 때문이다.”
 
 나는 소경목이라는 재료가 통해 일본의 아이덴티티를 포함함과 동시에 친환경+경계의 소거를 다 가진 사기 아이템처럼 느껴졌다. 구마는 그 아이템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그것으로 자신의 건축양식을 정립해나갔다.
 
 일본의 아이덴티티를 옅봄과 동시에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건축의 아이덴티티는 뭐지?
한국건축의 아이템은 뭐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경계에서 뜨뜻미지근한 이 작은 나라의 건축은 그 나라를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에게 어떠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든다. 이걸 찾는게 숙제다. 우리는 적어도 숙제를 가지고 있으니 해결하면 된다. (숙제가 없어 진부해지는 것보다는 낫지)
 

로터스하우스(패턴을 활용한 경계의 소거)

 

나무다리 박물관

 

 시대의 본질

구마는 2020도쿄올림픽 경기장 공모에서 첫 번째 공모전 당선자인 자하하디드의 설계안을 꺾고 공모전을 따냈다. 이것은 아직도 논란이 많고 정치적, 경제적 여러 이유들이 겹쳐있겠지만 나는 그런건 잘 모르겠고 구마의 자하하디드 설계안 취소에 대한 생각이 매우 인상깊었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콘크리트에서 인간으로”라는 문구를 내세워 건설업이 이끌어온 전후의 시스템을 비판했다. 이 ‘반건축’ 분위기는 ‘저비용’이라는 형태로 하나하나의 프로젝트에 구체적으로 스며들었다. ‘저비용’은 시대의 목소리였고 ‘저비용’이라는 목소리의 배후에는 공업화가 막을 내려 갈 곳을 잃어버린 사회의 깊은 고뇌가 존재했다.“
 
“첫 공모전에서 선정된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이 취소된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초과였다....
비용 초과는 단순히 실무적인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설계안이 애당초 이 시대의 본질을,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의 본질은 그 시대의 건축의 본질일 것이다. 자하하디드의 설계안이 그 시대의 일본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에 크게 공감했다. 또한 애초에 일본의 정체성에서 자하하디드의 건축이란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 나라의 큰 잔치인 올림픽 경기장의 건축물은 구마겐고 자연과 소박함을 담은 설계안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2020 도쿄 올림픽 경기장

 
앞선 일본의 경우처럼 앞으로의 대한민국도 같은 노선을 걸어갈것이라는 생각이든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시대의 건축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마음을 고려한 건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노령화, 저출산, 양극화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정도는 일본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압도할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한국 건축가들은 시대를 읽고 국민의 마음을 읽고 방법을 터득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구마는 여러 방법을 찾았다. 나무라는 방법, 양자건축이라는 방법, 볼륨의 해체라는 방법을 말이다.
 
구마는 마지막에 말한다.
 
“돌이켜 보니 나의 변화보다 더 격렬한 시대적 변화에 완전히 압도당하면서 살아왔다.“.
 

정리

내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건축가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삼륜차를 찾기를 바란다. 모든 것의 원동력인 열정이 불타길 바란다.
파란만장했고 도전적이었으며 깨닫고 나아가는 건축가의 인생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