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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프로젝트(여행)/건축 답사

시작과 끝이 만나는 '김창열 미술관'

김창열 미술관에 대해 소개하기 앞서...

 

저번 포스터에서 말한 것처럼 답사를 두 번 갔는데 이번에는 두 번째 답사를 제주도로 갔다.

대지 답사하는 김에 건축답사도 했다. 두 군데를 갔는데 그중에 한 군데가 김창열 미술관이다.

(제주도로 대지 답사에 건축답사 두 군데... 이 모든 게 당일치기에 일어났다는 건 안 비밀...)

당일치기로 무리를 하긴 했지만 오랫만에 제주도도 가고 회사에서 나와서 나름 설렌 마음으로 답사를 다녀온 기억이 있다.

 

출처 : 제주에서 만난 그의 물방울 ㅣ 롯데호텔매거진

 

김창열미술관 건축개요

위치 : 제주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대지면적 : 4,990㎡

연면적 : 1,587㎡

규모 : 지상1층

주요마감 : 노출콘크리트, 유리

설계 및 시공 : 2013년5월~2016년 6월

설계사 : 아키플랜 종합건축사사무소 (홍재승건축가)

 

사진을 보면 가운데 중정을 둘러싼 8개의  분동이 보일 것이다. 이는 건축가 홍재승이 김창열 화백의 시그니처인 물방울을 직접적으로 건물 형태에 반영하기보다 화백의 철학인 회기를 건축에 반영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돌아올 회(回)를 닮은 형태를 띠는 것이다. 관람객을 위한 내부 동선도 순환 형식으로 회랑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시작지점으로 돌아온다. 가운데 중정은 빛의 중정이라고 불린다. 자세한 설명은 뒤에서 하도록 하고 이제 건물내부로 들어가 보자.

미술관 입구와 현무암으로 채운 개비온 돌담

답사를 갔을 때 한여름에 갔어서 곳곳에 꽃이 핀 모습을 볼 수 있다.  꽃들과 개비온 돌담이 잘 어울린다. 역시 제주도... 개비온 돌담마저 현무암으로 채워져 있다. (현무암으로 채운 것도 색다르고 나름 이쁘다)

아무도 없을 때를 기다려 찍은 입구

김창열 화백께서 홍재승 건축가와 설계당시 상의 했을 때 '작품의 수장고, 나의 무덤과도 같은 공간'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 미술관의 밝은 분위기와 다르게 경건한 느낌을 의도하여 설계했다고 하는데 입구부터 확실히 느껴졌다. 회색콘크리트는 무겁고 차분한 느낌을 주었고 높은 벽들과 매스, 그리고 경사는 본인을 압도하며 입구로 끌어들이는 느낌이었다. 너무 어두운 색상과 높은 벽들로 자칫하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뻔 했지만 오른쪽에 낮은 식재들로 조경을 꾸며 자연스레 설계 의도에 감탄만 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로비에서 마주보이는 개비온 벤치

건물과 자연의 레벨차이를 개비온을 이용해 자연스레 단차를 주어 휴식공간으로 만든 것 같다. 의도한 지는 모르겠지만 푸르른 자연과 무채색의 돌들로 인해  대비되어 보여 내가 서있는 공간이 더욱 경건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부터 건물 내부사진이 나올 것이다. 김창열 미술관의 건물 형태나 동선은 돌아올 회(回)를 컨셉으로 가져갔지만 건물 내부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것을 컨셉으로 가져갔다. 이는 조사하면서 찾지 못했지만 본인이 감히 고민해 본다면 빛과 그림자로 앞서 말한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고 김창열화백의 시그니처인 물방울표현을 더욱 극대화하여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건물 내부 사진들을 보고 독자들도 한번 생각해 보고 여유가 된다면 독자들의 생각을 댓글에 달아주길 감히 부탁해 본다..)

복도 끝 공간들

건물 형태의 특성상 복도 끝 공간들이 생기게 되는데 홍재승 건축가는 이런 공간 끝을 기다란 수직 창으로 마무리해 높은 천정고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투명한 창덕분에 너무 어둡지 않게 자연채광이 은은하게 들어와 너무 어둡지 않아 길을 잘 찾을 수 있었다.

복도 끝 공간 중 한 곳

이 사진을 보고 아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김창열 미술관에서 유명한 곳 중 한 곳이다. 본인이 앞서 말한 빛과 그림자를 쓴 이유 중에 작품의 표현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이 어두운 공간에서 빛을 받아 더욱 반짝이게 느껴졌었다.

복도들

복도를 거닐다 보면 자연채광을 들여오는 창들이 있다. 저 창들 너머로는 중정이 있다. 본인은 복도를 돌다 천장을 보고 놀랐다. 천장에는 측면에 적은 양의 간접등말고는 조명이 없던 것이었다. 적은 양의 간접등으로만 조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본인은 돌아다니면서 조명이 없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도가 유지되었었다. 그만큼 자연채광이 다양한 곳에서 들어온 것이었다. 

(그래서 채광 때문에 관람시간이 오후 6시까지고 하절기만 오후 7시까지인 것인가...?)

전시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가슴이 탁 트였다. 천정고가 족히 5미터는 되어 보였다. 경건한 분위기인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고 넓은 곳에 나오니 웅장한 느낌이 들면서 작품들이 더욱 눈에 잘 띄었다. 전시실도 예외 없이 자연채광이 들어온다. 저번 포스팅에서 소개한 해든뮤지움은 자연채광과 인공조명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자연채광과 인공조명의 조화로움에서 감탄하고 간다. (역시 자연채광은 어떻게 사용해도 아름답다)

빛의 중정(분수가 나오는 중...)

한껏 동선을 따라 돌다 보면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와 있다. 그 자리에서 끝이 아니라 마지막 작품을 보러 중정으로 가야 한다. 기둥들은 신전의 느낌으로 경건한 분위기를 위해 의도했다고 한다.

빛의 중정(분수 끝...)

분수가 나올 때는 무지개가 나오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하는데 타이밍 안 좋게 분수가 끝나 버렸다. 분수가 가지는 의미는 여러 가지인 것 같다. 분수가 나오면서 물방울에 입히는 물결모양의 옷으로 물방울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고 다른 의미로는 크고 가만히 있는 물방울과 분수로 인해 생기는 작고 움직이는 물방울... 크고 작은 두 물방울의 조우.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며 중정을 둘러싼 경사로를 올라갔다.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본 중정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중정을 보니 다채로운 모습의 배경과 중정을 볼 수가 있었다.

복도 형태 그대로인 옥상

옥상에 올라와서 1층의 복도와 같은 형태인 옥상의 동선을 따라 주변 자연을 둘러보았다. 1층에서 보았던 복도 끝과 다른 점은 천정만 없을 뿐 똑같이 복도 끝 너머로 자연이 맞이하고 있었다. 

 

마무리

자연채광과 그림자를 이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본인으로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게된 공간이었다. 

복도에 조명 없이 자연채광으로 조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김창열 미술관처럼 화백의 작품과 건축물이 하나 되어 건축물조차 작품이 되어버리는...

이런 건축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답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