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아키텍처-현대건축과 공간 그리고 철학적 담론』은 현대건축에 나타난 공간론과 건축가들의 담론을 철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어떠한 환경에서 사느냐에 따라 인간의 생활과 사유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건축은 인간의 거주지를 만들어 내는 단순한 수단이 아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부분인 공간과 관계된 것이므로 건축이라는 것은 철학적 측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해당 글은 한개의 편으로 기고하려고 하였으나 '읽는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지식의 공유'라는 점에 있어서 해당 사항을 좀더 쉽게 설명하고자 2개의 편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자 한다. part1에서는 책에 대한 이야기- '메를로퐁티의 공간론'에 대한 설명에 앞서 '메를로 퐁티의 공간론' 이전의 서양 철학에서의 흐름을 미약하게나마 설명하고, part2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건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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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인식론 - 감각 세계와 이성 세계의 구분
서양 철학의 오랜 근간을 이룬 플라톤은 세계를 영원불멸하고 상주불멸한 이데아(이상세계)와 우리가 살고 있는 불완전한 이데아의 그림자 세계(감각 세계)로 나누었다. 그리고 인간의 영혼은 이데아 세계에 있었지만 레테의 강을 건너 육체를 갖고 이데아 세계를 망각한 상태로 지상에 태어난다고 보았으며, 내면(의식세계)에 남아있는 이데아의 기억을 떠올리며 진리의 세계 이데아(IDEA)를 인간이 추구하고 그것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데카르트의 인식론 - 감각기관이 진실을 보증하는가?
근대에 이르러서는 데카르트는 신체의 감각기관이 진실을 보증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데카르트는 감각적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했다. 모든 것들은 감각에 의해 기만당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였다. 인간의 감각은 오류를 많이 발생시킨다. 물이 따라져있는 물병에서 빨대는 직선임에도 불구하고 휘어져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 데카르트는 어떤 강력한 능력을 가진 악마가 자신에게 개입하여 나의 모든 감각기관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경우를 상정하고, 자신의 모든 감각기관으로 인한 정보가 거짓일 지라도, 그 사유하는 나, 다시 말해 강력한 악마에게 감각이 속고 있는 '나'라는 존재는 있을 수밖에 없기에 악마가 나를 속이고 있다 할지라도 '나라는 존재가 사유하고 있고, 그렇기에 존재한다는 것만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진실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 데카르트의 악마 가설의 현대적 해석 - 통속의 뇌 '우리가 통속에 담겨있는 뇌가 아니라는 증명은 가능한가?' |
![]() 데카르트의 좌표계 - 객관정 공간의 위치에 대한 정의 |
데카르트는 고민과정(의식작용)을 통하여 인식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주장은 심신이원론(몸과 정신은 구분되어있다.)을 바탕으로 하였고 정신(비물질)의 영역을 신체(물질)의 영역보다 더 우위에 두었다. 데카르트는 신체감각에 의한 지각을 불완전한 것으로 바라보았는데 데카르트가 발명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데카르트 좌표계' 또한 신체에 의해 이뤄지는 불완전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공간의 위치가 아닌, 수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통하여 객관적인 공간을 정의하기 위함이었다.
앞서서 언급한 플라톤, 데카르트 등의 시각은 관념론으로 분류되며, 세계를 객관적 대상으로 간주하며 이성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렇듯 서양에서는 신체적 영역보다는 정신적 영역을 우위에 두는 사고를 바탕으로 예술, 철학 이론 등이 발달하였는데 이러한 부분은 정신적 주체가 감각한 내용에 반응하는 것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입장이다.
모리스 메를로 퐁티 - 신체를 중심으로한 인식. 지각
서양 철학에서 외면받던 신체(감각기관,몸)는 모리스 메를로 퐁티에 이르러서 중심부로 들어오게 된다. 메를로 퐁티는 의식이 신체에 깃들어있는 것으로 보았다. 모리스 메를로 퐁티는 신체가 여러 지각 작용을 일으키는 여러 감각기관들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지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메를로 퐁티는 불완전한 인체 감각기관의 작동 메커니즘이 세상을 받아들여 세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렇게 인식된 지각이 인간에 대한 진실된 이해라고 주장하였다.
![]() 라파엘로 - 아테네 학당 원근법을 바탕으로 소실점을 설정하여 수학적으로 재구성된 그림. |
다음의 원근법적인 그림은 수학적인 그림에 가깝다.(하나의 소실점을 중심에 두고 그려진 수학적으로 재구성된 그림)
해당 그림은 원근법을 바탕으로 소실점을 설정하고 재구성하여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지점을 객관적이고 완벽에 가깝게 '진실'된 내용으로 그려내려고 하였다. 이렇게 그려진 그림은 진실된 그림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메를로 퐁티에게 이러한 그림은 진실된 그림이 아니다. 수학적으로 재구성된 그림은 인간의 신체가 지각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 빈센트 반 고흐 - 별이 빛나는 밤 |
![]() 별이 빛나는 밤 (부분 확대) - 빛의 반사 작용과 거친 물감으로 인한 촉감적인 영역으로도 그림이 인지됨 |
위의 그림은 라파엘로에 의해 그려진 원근법을 적용하여 그린 '아테네 학당'에 비교하면 객관적 사실에 가까워보이지 않는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자. 불완전한 신체의 작용에 의해 빛의 반사작용 등의 왜곡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림에서 거친 물감의 촉감의 감각이 느껴지는 그림이 메를로 퐁티에게 진실된 그림이다.
인간의 눈은 시점을 이동하며, 수학적인 고정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소실점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수학적으로 공간구성을 해놓는 것. 즉 비신체적인 눈의 의식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신체가 통합적으로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메를로 퐁티에게 진실된 그림이다. 메를로 퐁티에게 진실된 그림이란 신체의 통합적인 작용에 의해서 지각되는(감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메를로 퐁티의 시각은 현상학으로 분류되며,몸을 중심으로 세계와 만나고 몸을 통한 대상의 경험을 신체적·정신적 감각경험의 차원을 통하여 세상을 인식(지각)하고자 한다.
part1에서는 철학적 흐름에서 관념론과 현상학의 아주 작은 부분을 알아보았습니다. part2에서는 관념론과 현상학이 현재까지의 건축에 어떤 영향을 주고있는지, 이런 관점이 건축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말 할 수 있는지를 대표 작품과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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